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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하루 만에 다시 막힌 호르무즈…시나리오별 대책 준비해야

2주간의 휴전 전격 합의 직후 재개된 호르무즈해협 통행이 다시 불투명해졌다. 헤즈볼라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레바논 맹폭이 휴전 합의 위반이라며 이란이 해협 재봉쇄를 선언했다. 해협을 빠져나오기 직전에 페르시아만 안쪽으로 급히 되돌아가는 유조선…

  • [한경에세이] 韓이 여자 골프 강국이 된 이유

    “한국 여자 골프선수들은 왜 잘하나요?”라는 질문을 수백 번 받아본 것 같다. 가장 흔하게 언급되는 이야기는 한국 부모가 다른 나라 부모보다 더 열성적이라는 점일 것 같다. 하지만 내 경험상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부모는 다 열성적이다. 아시아 국가 중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쇠젓가락을 사용해 손의 감각이 더 예민한 덕분이라는 이야기도 들어봤다. 정답이 없고 자유롭게 예측하다 보니 재미있는 의견이 꽤 많다. 내게도 몇 가지 떠오르는 이유가 있다.먼저 우리는 항상 국내에 롤모델이 있다. 저마다 동경하는 사람은 다 다르겠지만 기준으로 삼고 싶은 자국 선수가 있다는 것은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 내 경우엔 국가대표 생활과 KLPGA 투어를 함께 한 신지애 선수가 좋은 롤모델이었다. 뿐만 아니라 박인비 선수 등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는 스타가 연이어 배출됐다. 이런 성적만으로도 한국 여자 선수들은 “나도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투어에 도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꼭 동경하는 선수가 아니더라도 내 또래 한국 선수가 투어에서 활약하는 걸 보면 해외 투어가 결코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많은 기업의 후원도 한몫했다. 선배들이 일찍부터 L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많은 기업이 여자 프로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든든한 기업 후원으로 경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덕에 더 많은 선수가 해외 투어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후원을 넘어 기업이 직접 개최하는 KLPGA 대회 수 자체도 늘었다. 예전보다 더 많은 대회가 열리면서 선수 입장에선 기량을 향상할 기회가 더 자주 생겼다. 여기에 LPGA 투어까지 개최하는 한국 기업이 늘면서 KLPGA 투어 선수가 LPG

    2026.04.09 17:55

  • [기고] 한화솔루션 유상증자의 본질 이해하려면

    한화솔루션이 2조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하자 주가가 급락했다. 기존 주주의 지분이 희석된다는 점에서 당연한 반응이다. 그런데 같은 시간, 외국인 투자자는 오히려 매수에 나섰다. 동일한 정보를 두고 시장 참여자의 판단이 선명하게 엇갈린 것이다. 이 대조가 이번 유상증자의 본질을 이해하는 출발점이다. 단순히 희석의 비용만 볼 것인가, 아니면 그 이면의 전략적 맥락까지 읽을 것인가.지난 수년간 석유화학과 태양광 산업은 글로벌 공급과잉, 금리 상승, 공급망 재편이라는 외생적 충격을 동시에 맞았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정책 변화와 중국발 저가 공세까지 더해지면서, 업황 악화를 특정 기업의 전략적 실패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 결과 한화솔루션이 안은 과도한 부채는 오늘의 재무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왔다. 문제는 과거를 비난하는 데 있지 않다. 지금 이 시점에서 어떤 선택이 기업 가치를 가장 잘 보전하고, 나아가 회복할 가능성을 열어주는지 고민해야 한다.이번 증자 자금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1조5000억원은 채무 상환에, 9000억원은 차세대 태양광 기술 투자에 쓰인다. 전자는 방어적, 후자는 공격적 성격을 띤다. 이 두 결정은 서로 다른 경제학적 논리로 평가해야 한다.채무 상환부터 보자. 주주 입장에서 자신의 돈이 성장이 아니라 과거 채무 정리에 먼저 투입된다는 것은 달갑지 않다. 그러나 재무경제학이 오래 전부터 주목해온 ‘부채 과잉(debt overhang)’ 문제가 있다. 레버리지가 지나치게 높은 기업은, 수익성 있는 투자 기회가 있더라도 그 이익이 주주보다 채권자에게 먼저 귀속되기 때문에 신규 투자 자체를 기피한다. 이른바 ‘

    2026.04.09 17:52

  • [취재수첩] 1년짜리 어음으로 모험자본에 투자하라니

    ▶마켓인사이트 4월 9일 오후 4시 4분“뱅크런이 아니라 발행어음런(run)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국내 한 신용평가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발행어음 확대 움직임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발행어음은 만기가 1년 이하인 어음이다. 증권사는 발행어음으로 자본을 조달해 여러 자산에 투자한다. 최근 발행어음을 새로 찍는 증권사가 부쩍 많아졌다. 정부가 발행어음 조달액 중 25%를 중소·중견기업이 발행한 증권이나 대출 같은 모험자본에 의무적으로 집어넣도록 관련 규정을 바꾼 영향이다. 자금이 부동산 분야에 지나치게 집중되는 일을 막기 위한 조치다.문제는 증권사 발행어음의 만기가 짧으면 3개월, 길면 1년에 불과하다는 데 있다. 단기 자금을 코스닥벤처펀드처럼 만기가 3년이 넘는 상품에 집어넣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금리 변동 리스크를 증권사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최근처럼 금리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문제가 불거질 소지가 있다. 증권사는 연 3.5% 수준인 조달 금리보다 0.5~1%포인트가량 높은 수익률을 내는 자산에 돈을 집어넣어 금리 차이(스프레드)를 수익으로 확보하고 있다. 단기 조달 금리가 연 4%로 뛰는데, 투자자산 수익률이 제자리면 역마진이 발생한다. 실제 증권사들은 2022~2023년 금리 인상기에 발행어음 운용 과정에서 상당한 적자를 봤다.더구나 발행어음은 은행 예금과 달리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다. 예금보험공사처럼 방파제 역할을 할 곳이 없다는 얘기다.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한다면 투자자들이 발행어음을 중도 환매해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 이런 사태가 터지면 증권사는 보유한 현금으로 원금과 중도상환 수

    2026.04.09 17:31

  • [기고] 부동산 가격 안정화 흐름에 맞는 공시 정책

    국토교통부는 1월 1일 기준으로 산정한 올해 공동주택(약 1585만 가구) 공시가격을 지난달 공개하고, 이달 16일까지 소유자 열람 및 의견 청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9.16% 상승했다. 지난해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서울은 18.67% 뛰었다.공시가격은 보유세, 복지, 보상 등 67개 공공행정에 이용되기 때문에 관심이 크다. 1990년 토지를 시작으로 2005년 주택까지 확대된 공시제도는 전국 단일의 ‘공적 평가체계’다. 이 제도가 지향하는 핵심 원칙은 ‘시장의 가격변동’을 가격산정에 반영하는 것이다.2006년 실거래 신고제가 도입된 이후 시장의 거래가격 흐름을 체계적으로 알 수 있게 됐다. 공시가격 산정시스템의 성장과 발전에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아울러 거래 부족 및 투기성 거래 의심 지역에 대해서는 ‘자동화된 평가모형(AVM)’을 활용해 공시가격을 산정해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빅데이터에 기반한 인공지능(AI) 활용’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 역시 독자적인 가격산정 모듈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그 결과는 국토교통부·한국부동산원과 공유해 공시가격 산정 결과의 정확성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공시제도에서 가장 큰 난제는 ‘시세반영률’일 것이다. 공시제도 도입 당시 ‘세 부담 급증에 대한 우려’와 ‘대량 평가방식의 시스템상 한계’로 인해 공시가격의 수준은 시세보다 낮게 출발했다. 그동안 현실화 정책의 추진과 중단이 반복된 게 공시제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 요인이 된 측면이 있다. 다행히 국회에 현실화 계획 수립 주기를 5년 단위로 설정하고, 시장 상

    2026.04.08 18:04

  • [한경에세이] 지역을 살리는 길

    모두가 방향을 알고 있다. 사람과 돈이 몰려오게 하면 된다. 35년간 지방자치를 해오며 시행착오도 겪었다. 보여주기식이나 겉만 베끼는 정책은 지속하기 힘들다. 선거에서 우수한 일꾼을 뽑는 것 이상으로 K-지방자치의 고질적 한계를 넘기 위한 근본 혁신이 중요한 이유다. 긴 호흡으로 지역별 여건과 장단점을 분석해 현장에서 수용할 수 있는 계획을 상향식으로 추진해야 한다.농업 영역에서 보면 ‘로컬(local)’과 ‘아티자널(artisanal)’이 답이다. 전자는 지역 농산물, 후자는 장인의 손을 거친 가공 제품이다. 둘이 함께 가면 최상이지만 따로 가는 사례도 많다. 스위스 유명 초콜릿 전문점 트리스탄은 제네바 외곽 산골 마을에 있었다. 구글맵 평점과 소문을 듣고 찾아갔다. 수준급 맛에 놀라서 그곳 사장에게 “왜 브랜드화하거나 지점을 내지 않느냐”고 물었다. 사장은 “더 규모가 커지면 맛을 지킬 자신이 없어 현재에 만족한다”고 했다.프랑스 전역에는 ‘오베르쥐’라 불리는 숙소 겸 마을 식당이 있다. 대부분 지역 고유의 농산물을 재료로 요리하는 곳이다. 프랑스의 중산층 가정은 고향에 별장을 두고 자주 들러 지역 주민과 어울린다. 이들은 동네 식당에서 지역 음식을 먹고 돈 쓰는 것을 자기 지역을 살리는 길이라고 믿는다. 로마에서 기차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세체’는 이탈리아어로 ‘카르치오피’라 불리는 다년생 엉겅퀴 식물 ‘아티초크’로 특화된 마을이다. 4월의 카르치오피 축제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먹은 음식은 잊지 못할 추억이다.과거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준비할 당시, 협상 관계자가 “농업 분야

    2026.04.08 18:02

  • [윤성민 칼럼] AI전쟁 시대, 미국과 이스라엘 힘의 원천

    “60초, 그게 전부였다.”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참수 작전에 관여한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 전직 요원의 말이다. ‘60초’는 표적물 최종 확인에서부터 타격 명령, 작전 완료까지 걸린 시간이다.인공지능(AI)이 주도한 최초의 국가 간 전쟁이라는 미국·이란 전쟁은 미군 현장 총지휘관 브래드 쿠퍼 중부군사령관도 언급한 대로 초 단위, 곧 ‘생각의 속도’로 진행됐다. 개전 첫 24시간 동안만 1000개, 한 달 뒤 1만 개 이상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었던 것은 AI 시스템이 없었다면 엄두도 못 낼 일이다. 미군 AI 시스템의 핵심인 팰런티어테크놀로지의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MSS)은 “간밤에 이란혁명수비대 보급로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라는 정보 장교의 질문에 위성 영상과 드론 정찰 데이터, SNS까지 분석해 답을 내놓는 수준이었다.팰런티어는 세계 최대 방위산업 기업 록히드마틴에 비해 매출은 25분의 1에 불과하지만 시가총액은 2.5배 더 크다. 현대전이 미사일, 탱크 등의 화력에 기반한 ‘플랫폼 전쟁’에서 모래알처럼 파편화돼 있는 데이터를 연결해 숨은 의미를 포착하고 이를 ‘킬 체인’화하는 ‘알고리즘 전쟁’ ‘네트워크 전쟁’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됐음을 방증한다.미국 실리콘밸리 빅테크는 이번 전쟁을 통해 전통 방산기업을 대체하는 신군산복합체로 부상했다. 팰런티어만큼 상징적인 기업에 안두릴인더스트리즈도 있다. 수천 대의 드론과 센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3차원(3D) 전장 지도를 생성해내는 것은 물론 드론, 무인전투기 등 자율무기까지 직접 생산한다. 전쟁 발발 후 기업 가치가 두 배 이상 불었다.빅테

    2026.04.08 17:35

  • [데스크 칼럼] 대한민국 신용등급 걱정된다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이 일본보다 높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의외로 많지 않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 기준 한국 신용등급은 세 번째로 높은 ‘AA’, 일본은 두 단계 아래인 ‘A+’다.아시아 유일한 주요 7개국(G7) 회원국인 일본보다 신용등급이 높다고 감격하기엔 일본의 상황이 워낙 절망적이다. 올해 총지출이 122조엔인데 총수입은 94조엔이어서 적자국채 발행으로 30조엔을 메운다. 해마다 빚을 30조엔(약 280조원) 늘리는 나라 살림을 이어가다 보니 2025년 말 일본의 국가채무는 1342조엔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3배에 이르렀다. 세계에서 국가채무비율이 일본보다 높은 나라는 아프리카 수단뿐이다. 일본 닮아가는 나라 살림그런데도 빚을 줄이기는커녕 매년 10조엔이 넘는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는 게 연례행사가 됐다. 최근에는 일본 정부가 아예 추경을 ‘종합경제대책’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 보다 못한 재무성 자문기구가 공식 보고서에 “신용등급 강등은 결코 비현실적인 얘기가 아니다”는 경고문을 끼워 넣을 정도다.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세계 34위지만 국가 신용등급은 15위다. 그런 우리나라도 신용등급을 걱정할 때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나랏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일본을 닮아가고 있어서다.2013년 490조원이던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올해 말 1413조원으로 13년 만에 3배 가까이로 늘어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30년 비영리 공공기관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일반정부 부채(D2) 비율이 64.3%로 5년 만에 10.9%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비(非)기축통화국인 11개 선진국 가운데 상승 속도가 압도적 1위다. 10년간 추경을 편성하지 않은

    2026.04.08 17:34

  • [취재수첩] 농협중앙회장 선거, 직선제가 정답일까

    “권한이 상상 밖으로 막강합니다. ‘농민 대통령’이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어요.”농림축산식품부와 농민단체 관계자들은 농협중앙회장에 관해 이같이 입을 모은다. 법적으로는 비상근 명예직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자산 800조원 규모(2025년 기준)의 농협경제지주·농협금융지주 그리고 중앙회 산하 33개 계열사의 인사권을 쥐고 있다. 회장이 바뀔 때마다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등이 일괄 사표를 제출하고 재신임을 묻는 관행이 반복되는 것도 이 같은 강력한 권한을 방증한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금품수수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농림축산식품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이 같은 금권 선거 문제를 해소하겠다며 2028년부터 조합원 187만 명이 회장을 선출하는 직선제를 도입한다고 지난 1일 발표했다. 조합장 1110명이 투표하는 현재의 간선제 구조에서는 소수 조합장을 돈으로 매수하려는 유인이 강하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여기에 조합원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대리인 문제’도 지적된다.하지만 직선제가 해법이 될지는 미지수다. 선출직의 정당성이 강화되는 만큼 회장의 권한이 되레 비대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잖다. 선거가 지역 기반 구도로 흐르며 “이번엔 어느 지역 차례냐”는 식의 갈등이 반복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책 경쟁보다 조직 동원력과 세 대결이 승패를 가를 수 있다. 선거가 인기투표로 변질해 중앙회의 전문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선거 비용은 170억~19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강정현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전국 단위 조직과 사무실을 갖추지 않으

    2026.04.08 17:32

  • [시론] 중동 휴전, 트럼프 지지율의 향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년차 지지율은 가파르게 하락해 현재 30%대에 머물고 있다. 작년 4월 ‘관세 선포’, 7월 법무부 엡스타인 파일 비공개, 10월 연방정부 셧다운, 올해 1월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자국민 총격 사망, 2월 이란전쟁까지 주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지지율은 그 여파만큼 떨어졌고, 반등에 실패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완패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현재 지지율 하락 추세는 버락 오바마 2년차와 비슷하고 조지 W 부시나 조 바이든 때보다는 오히려 양호하다. 역대 미국 대통령의 2년차 지지율은 낮았다. 중간선거에서 여당이 이긴 경우는 1934년 대공황, 1998년 빌 클린턴 탄핵 부결, 2001년 9·11 테러 직후 등 세 번뿐이다.하락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요인이다. 악마는 항상 디테일에 숨어 있다. 이번엔 물가다. 2024년 대선 때 출구조사에서 유권자의 40% 이상이 투표를 좌우한 핵심 요소라고 답한 휘발유 식료품 등 ‘생활물가’다. 바이든 정부의 물가 억제 실패가 트럼프를 당선시킨 일등공신이다. 휘발유 가격은 ‘자동차의 나라’ 미국에서 곧바로 체감할 수 있는 지표다. 기름값은 전반적인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2월까지 갤런당 2.90달러 수준을 유지했고 작년 말부터 1월까지는 더 낮아지기도 했다. 그러다 이란전쟁이 터지자 심리적 한계선인 갤런당 4달러까지 치솟았다. 전쟁 반대 여론보다 이란전쟁으로 급등한 휘발유 가격이 트럼프 지지율 하락에 결정타가 됐다. 매년 4월 정기 세금신고를 하는 미국인들은 휘발유값 인상 등에 따라 눈에 띄게 줄어든 자산을 보고 더 분노할 것이다. 트럼프가 4월까지 전쟁을 끌지 않으려는 이

    2026.04.08 17:31

  • [천자칼럼] 잔디깎기 전략

    이스라엘은 2007년 가자지구를 장악한 하마스와 크고 작은 군사적 충돌을 이어왔다. 2008년과 2014년 지상군을 투입한 전면전에 나서며 “적의 뿌리를 뽑겠다”고 공언했지만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땅굴 게릴라전에 뒤통수를 맞았고, 소탕이 끝난 자리에 어김없이 재등장하는 제2, 제3의 조직을 감당하지 못한 탓이다. 이스라엘 내부에서조차 “정치·행정 조직이자 군사 조직이며, 동시에 이데올로기이기도 한 하마스를 무력만으로 제거하는 것은 애초 불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왔다.20년 가까이 이어진 도발과 보복의 악순환 속에서 이스라엘군은 결국 일정 수준 이상으로 축적된 하마스의 군사력을 공습해 위협의 싹을 주기적으로 억제하는 현실적 해법을 택했다. ‘잔디깎기(mowing the grass) 전략’으로 알려진 갈등 관리 방식이다. 상대 세력을 완전히 제거하기보다 군사 능력을 주기적으로 약화시켜 위협 수준을 관리하는 전략이다. 무성하게 자란 잔디만 일정 높이로 깎는 식으로 긴장을 통제한다는 의미다.미국과 이란이 어제 파키스탄의 중재로 2주간의 휴전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제시한 10개 종전안이 향후 협상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핵농축 권리 인정, 호르무즈해협 통행료 부과 등은 미국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워 난항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이번 전쟁이 ‘핵 위협 제거’ ‘중동 질서 재편’ 등 트럼프 대통령이 애초 내세운 거창한 목표와 달리 초라한 마침표를 찍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란의 군사력을 적정 수준에서 억제하고 빠지는 잔디깎기 전략으로 귀결될 가능성이다.잔디깎기 전략은 압

    2026.04.08 17:30

  • 이정호 칼럼

    짙어지는 중동發 인플레 그림자

    역대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가운데 첫손에 꼽히는 ‘인플레이션 파이터’는 1979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임명한 폴 볼커였다. 당시 미국 경제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이란혁명 이후 2차 오일쇼크와 달러 약세가 겹치며 물가가 13% 넘게 치…

  • 다산칼럼

    AI 프렌드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 <클라라와 태양>에는 인간의 친구가 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가 등장한다. ‘인공지능(AI) 프렌드’ 클라라다. 클라라는 병든 소녀 조시를 돌보며 중요한 사실을 깨닫는다. 인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어떤 내면의 본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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