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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정부가 시장을 이기려는 것 같다. 오는 17일부터 다주택자가 보유한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에 대한 담보대출 만기 연장이 중단된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유예 중단으로 인한 세금 정책으로는 기대보다 매물이 많이 나오지 않자 대출 자체를 규제하려는 정책이다. 여기에 더해 투기적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 등에 대한 대출 규제 방안도 곧 발표한다고 한다.
지난 달에는 대출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꼼수로 이용되던 사업자 대출 활용 관행에 대해 철퇴가 내려졌다. 주택구입을 위해 사업자 대출을 이용했는지 여부에 대해 전수조사를 했고, 형사상 사기죄로 고발하고 세무조사까지 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정부는 이미 보유세 인상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상황인데, 대출 규제를 피하기 위한 꼼수를 모조리 차단하는 등 대출을 더욱 옥죄겠다는 메시지를 연일 시장에 던지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 정책은 부동산 개발 시장 참여자들의 태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필자의 주변에는 아파트, 오피스 등을 포함한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는 시행사, 건설사의 오너들, 대표이사들이 많다. 이들은 부동산 경기 불황, 대출 규제 정책 등으로 인해 부동산 개발 사업의 진행이 더 이상 어려워지자, 호황기에 벌어 둔 돈으로 강남 핵심지의 아파트를 구입하거나 자녀에게 증여를 하는 등 소극적인 투자만 해왔다. 그런데 작년부터는 분위기가 바뀌어 부동산 자산가들이 적극적으로 주식 시장에 뛰어 들었다. 특히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의 주식시장 호황은 이들의 유입을 가속화했다. 주식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 지자 이들은 큰 수익을 얻었다. 주식으로만 수백억원을 벌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저축은행들은 부실대출의 손실을 주식 투자 수익으로 메꾸기도 한다. 심지어는 현금이 부족하자 더 큰 수익을 내기 위해 부동산을 담보로 주식 투자 자금을 대출받는 시행사들도 있다.
최근 필자의 지인으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증권사에서 부동산 대출 주선 업무를 담당하던 분이었는데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면서 지금은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업무를 하고 있었다. 최근에 삼성전자 주식을 30억 원 이상씩 보유하고 있는 자산가들이 많다 보니 이들을 상대로 주식 시가의 90% 이상을 대출해 주고 있는데 꽤 잘 된다고 한다. 자산가들도 보증금을 반환하는 등 갑자기 큰 현금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는 점을 파고든 영업전략이 통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단일 종목 주식을 30억 원 이상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반면, 주식 시장의 가파른 상승에도 불구하고 돈을 번 서민들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경기가 앞으로 더 나빠질 것이냐 좋아질 것이냐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이견이 없는 것 같다. 세계 최고의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Ray Dalio)는 그의 저서에서 경제적 부의 편중이 국가의 운명과 어떻게 직결되는지에 대해 ‘빅 사이클(The Big Cycle)’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부의 격차 심화가 사회적 분열 및 내분을 가져오고, 이로 인해 경제 위기 및 화폐 가치 하락이 발생하는 사이클이 확인된다는 것이다.
최근의 강력한 대출 규제는 빈부의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 영세한 시행사 및 건설사들은 공사비나 운영비를 확보를 못해 급전을 빌려 부도를 막기에도 급급하다. 경기가 어려워지고 부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은 쉽지 않다 보니 중견건설사들도 공사비 같은 장래 매출채권을 담보로 돈을 빌린지 꽤 오래됐다. 대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매출채권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 사업을 정상적으로 영위하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장래에 받을 매출채권과 같은 채권은 부동산과 같은 실물자산과 달리 확정적인 담보가 아니다 보니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종종 발견된다.
최근에 필자가 상담한 케이스를 그 예로 소개한다. 주유소 여러 곳을 운영하던 회사가 주유소 매출채권을 담보로 하여 은행으로부터 수백억 원의 돈을 빌렸는데, 돈을 빌린 직후 법원에 회생신청을 해버린 케이스였다. 심지어는 매출이 잘 나오는 핵심 담보인 주유소들은 유령회사를 만들어 매각한 후 주유소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임대료 수입만 받는 것으로 수익의 구조를 바꿔버렸다. 그 결과 거액의 돈을 빌려준 은행의 담보인 매출채권이 사라진 것이다.
얼마 전에 법률자문을 한 사건 중에는, 차주가 매출채권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면서 전산상 확인되는 매출내역을 실시간으로 조작한 사건도 있었다. 금융기관 담당자는 담보인 매출채권이 잘 회수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채무자가 제공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로그인해 매출내역을 수시로 확인했는데, 알고 보니 금융기관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로 접속한 화면은 조작된 것이었다. 실제 매출내역은 차주가 별도의 아이디로 접속하여 관리하고 있었고, 금융기관에게는 조작된 내용으로 거래대금이 잘 회수되고 있는 것처럼 속인 것이다.
채권을 담보로 돈을 대여하는 경우에는 주의할 것이 있다. 채권을 담보로 잡는다는 사실을 해당 채권의 채무자에게 통지해야 하는데, 채권양도 통지는 내용증명으로 발송해 확정일자를 받아 둬야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 주식을 담보로 잡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부동산 대출의 경우 차주인 시행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주주들의 주식을 담보로 잡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에도 주식을 담보로 잡는다는 사실을 주식을 발행한 회사에 내용증명으로 통지해야 한다. 금융기관들은 채무자나 회사의 승낙서를 별도로 받고 공증사무실에서 확정일자인을 별도로 받는 경우가 많으나, 개인간의 거래에서 채권이나 주식을 담보로 잡는 경우에는 확정일자부 승낙서를 받기는 쉽지 않으므로 채권양도 통지를 내용증명으로 보내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기가 어려워지고 대출규제가 심해질수록 꼼수 대출, 사기 대출 등으로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는 자들이 많아지고 법률 분쟁도 많아진다. 부동산 매매, 대출 등의 거래 과정에서 사기를 당하거나 손해를 입지 않으려면 담보 설정에 법률적 문제가 없는지 법률전문가에게 충분한 조언을 구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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